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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수학교사 10여 년, 진학지도 10여 년. 교실에서 수백 명의 학생을 만나고 상담실에서 수백 가정의 이야기를 들어온 교사이자, 두 아이 앞에서 매일 흔들리는 아버지다.
교실에서는 같은 시간표, 같은 교과서 안에서도 아이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흔들리고 버티는 모습을 봤다. 어떤 아이는 늘 애쓰는데도 불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고, 어떤 아이는 결과가 나쁘지 않은데도 자신을 믿지 못했다. 또 어떤 아이는 ‘해야 하는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시작 앞에서 오래 멈춰 서 있었다. 상담실에서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가능한 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말을 골랐다. 그러나 그 질문에 “이게 정답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적은 많지 않았다. 아이의 하루는 단순하지 않고, 무엇보다 마음은 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솔직해져야 하는 지점이 있었다. 나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람이면서, 집에서는 내 아이 앞에서 흔들리는 사람이기도 했다. 교실에서는 차분하게 설명할 수 있었던 말이 집에서는 무너졌고, 상담실에서 했던 조언이 내 아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기다리지 못했고, ‘말을 줄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이 먼저 말을 만들었다.
교사로서는 ‘상대의 상태’를 보려 했지만, 아버지로서는 ‘미래의 결과’를 먼저 떠올렸다. 그리고 그 미래가 불안할수록 내 개입은 더 빨라졌다. 학교에서 하던 말이 집에서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같은 교실, 같은 수업인데 성적이 달라지는 이유를 찾다가 발견한 것은 아이의 능력보다 집의 작동 방식이었다. 어떤 집은 규칙과 루틴이 있어 부모가 매번 지시하지 않아도 공부가 시작되고, 어떤 집은 날마다 기준이 달라져 아이가 분위기를 먼저 읽게 된다. 그 차이가 누적되면 같은 수업을 들어도 다른 방향으로 쌓인다.
이 책은 학교와 입시를 아는 사람이 쓴 가정학습 설계서이지만, 답을 주기보다는 곁에 서는 방법을 고민한 기록이다. 훈육서라기보다는 내 걸음을 점검하는 기록에 가깝고, 이론서라 하기에도 내 경험의 온도에서 너무 멀어지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답을 말하기 위해 쓰지 않았다. 오히려 나 자신이 책임감을 잃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이 앞에서 쉽게 확신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써 내려간 기록에 가깝다.
이 책이 독자에게 해답이 아니라 잠시 멈춰 서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무엇을 더 해야 하는지 묻기 전에 우리가 이미 오래 해온 시간과 흔들려온 마음을 먼저 존중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지 않다. 그저 옆에 서서 같은 방향을 잠시 바라보고 싶다.
내용 구성
프롤로그. 답을 주기보다는, 곁에 서기 위해
- 공부 잘하게 만드는 집은 '관리'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1.1. 같은 교실, 같은 수업. 성적이 달라지는 이유
1.2. 관리형 가정과 시스템형 가정의 결정적 차이
1.3. 공부가 자동으로 굴러가게 만드는 시스템의 4요소
1.4. 완벽하지 않아도 돌아가는 집이 공부를 만든다
- 성적보다 먼저 잡아야 할 건 감정과 리듬이다
2.1. 공부는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입니다
2.2. 성적을 갉아먹는 세 가지 감정: 불안·수치심·분노
2.3. 먼저 회복해야,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2.4. 회복이 가능한 집에는 공통된 조건이 있습니다
- 공부를 망치는 집의 말버릇
3.1. 의외로 가장 많이 하는 말버릇
3.2. 비교·낙인·예언의 말이 아이를 멈추게 하는 방식
3.3. 말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3단계
3.4. 말을 조금 바꿨을 뿐인데, 집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 '공부를 시키는 집'이 무너지는 이유
4.1. 왜 시킬수록 더 멀어질까요
4.2. 감시는 성적을 만들 수 있을까요
4.3. 자기주도성이 자라지 않는 구조
4.4. 통제에서 코칭으로 넘어가는 집
- 스스로 시작하는 아이들의 '시작 루틴'
5.1. 공부를 막는 건 의지가 아니라 '시작'입니다
5.2. 시작 장치를 만드는 3가지 요소
5.3. 최소치가 공부를 살립니다
5.4.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구조
- 계획표가 실패하는 진짜 이유
6.1. 계획을 세워도 지켜지지 않는 이유
6.2. 시간보다 에너지가 먼저입니다
6.3. 무너지지 않는 주간 구조
6.4. 계획은 항상 다시 쓰는 것입니다
- 스마트폰·게임 갈등을 줄이는 규칙 설계
7.1. 폰 문제는 의지 문제가 아닙니다
7.2. 금지가 아니라 계약이 필요한 이유
7.3. 어겼을 때를 먼저 정하는 규칙
7.4. 싸우지 않고 다시 돌아오는 구조
- 공부 집중력을 올리는 집의 환경은 단순하다
8.1. 집중을 방해하는 건 대부분 환경입니다
8.2. 공부존의 최소 조건
8.3. 모든 집이 공부방일 필요는 없습니다
8.4. 정리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 부모의 말이 아이의 공부를 흔들 때
9.1. 도움이 되려고 한 말이 방해가 될 때
9.2. 말이 필요한 순간은 따로 있습니다
9.3. 흐름을 살리는 말의 공통점
9.4. 말을 줄여도 충분한 이유
- 자기조절력은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10.1. 스스로 조절하는 힘은 어떻게 자라는가
10.2. 선택을 맡기는 구조
10.3. 결과를 대신 처리하지 않는 이유
10.4. 실패를 안전하게 겪게 하는 구조
- 자신감은 성공보다 회복에서 자랍니다
11.1. 왜 잘해도 자신감이 없는 아이가 있을까
11.2. 실수 후에 남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11.3. 실수 후 부모의 역할은 '정리'가 아닙니다
11.4. 회복은 조용한 환경에서 일어납니다
- 태도는 가르치지 않아도 변합니다
12.1. 어느 순간 아이의 공부 태도가 달라집니다
12.2. 공부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때
12.3. 꾸준함은 성격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12.4. 흔들려도 흐름이 이어지는 구조
- 성적은 언제, 어떻게 달라지기 시작할까
13.1. 성적은 가장 늦게 변합니다
13.2. 성적보다 먼저 나타나는 변화의 신호들
13.3. 성적 변화가 시작되는 국면
13.4. 성적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 부모의 선택
- 부모의 역할은 조용해집니다
14.1. 아이를 덜 걱정하게 되는 순간
14.2. 부모의 역할이 바뀌는 지점
14.3. 개입하지 않는 힘
14.4. 관계가 달라졌다는 신호
에필로그. 부모에게 건네는 마지막 이야기